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가 27일 오후 국회 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정치 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에서 여야 당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은 저마다 "국민 뜻"을 언급하며 개헌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날 인사말에서 "권력 구조 때문에 생기는 정쟁의 정도가 지나쳐서 국회와 정치가 제도를 만드는 데 있어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세상의 변화를 담아내는 헌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거기서부터 국민 삶의 변화를 담아내는 제도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입법부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서 변화하는 세상에 길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그 길 중에서 가장 큰 길이 헌법"이라며 "저출생, 고령화, 양극화 등 우리 사회에 드러나는 여러 어려움은 길을 만들지 못해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특히, 여야 간 소모적 정쟁으로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토로하며 "역대 저 같은 의장이 또 있었을까 싶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여야는 각자 주장을 하고 거의 모든 사안을 의장이 결단하게 만든다"고 지적하며 "결단하면 한쪽에선 반대하고, 한쪽에선 좋다고 한다. 의장한테 어느 편이냐고 물어본다. 대체 이런 시대가 언제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우 의장은 지방소멸 문제와 관련해서도 "수도권 면적이 11.7%인데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살고, 경제 성장률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모여 있다"며 "동물들도 한 곳에 많이 모아두면 출생률이 떨어진다. 지역소멸은 저출생·고령화와 직결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2대 전반기가 선거가 없어 2년 동안 차분히 논의할 유일한 기회"라며 "즉각 개헌·차기 개헌·전면 개헌·부분 개헌·원포인트 개헌도 다 좋다. 늦어도 다음 지방선거 전인 2026년까지는 국민 투표를 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대표를 대신해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축사를 대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축사를 통해 "후퇴하지 않는 기술의 발전과 달리 최근의 정치는 오히려 후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라며 "하지만 역사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이뤄지듯 지금 대한민국 정치와 의회의 모습 또한 역사의 일부분이며 지금의 혼란을 극복하고 반드시 더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정치 발전의 역사는 민심의 뜻을 따르고 민심의 지지를 받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며 "대한민국 정치의 요체인 헌법이야 말로 국민 뜻을 절대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중함을 이유로 개헌 논의가 계속 미뤄져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새로운 시대적 변화와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 개정은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과정"이라며 "정치적 합의가 필수적이지만 국민의 공감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고, 국민의 뜻을 담아내고 정치적 협의를 바탕으로 현실을 반영하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토론회는 정종섭 전 서울법대학장 사회로 강원택 서울대 교수, 이기우 인하대법전원 명예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전전원 교수,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전상훈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우윤근 전 국회법사위원장 등이 나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헌정회는 이번 개정안에서 △대통령 임기 4년, 1차 중임 △대통령 권한 국회 및 지방에 대폭 배분하는 분권형 대통령 중심제 △국회에 지역 대표형 상원제 구성으로 대통령 독주 견제 △지방자치 단체장의 자치규정 제정범위를 현행 '법령의 범위 내'에서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로 상향 확대 △대통령·참의원 의원·민의원 의원 선거 같은 날 실시(2028년 선출되는 민의원 임기 3년으로 단축 시 2031년부터는 대통령·참의원 의원·민의원 의원 선거 동시실시 가능) △국회 양원제 실시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헌정회는 특히, 국회 및 정부가 2025년 12월까지 헌법개정안을 확정하고, 2026년 6월까지 발의·공고 ·국회의결·국민투표 등 헌법개정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고 개헌 일정표까지 제시했다. 이후 2027년 3월경 대통령및 참의원(상원) 의원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 22대 국회의원의 경우 민의원(하원)으로 자동승계해 임기를 2028년 5월까지로 규정했다.

헌정회는 또, 대통령 선거와 민의원 선거를 일치하기 위해 2028년 민의원 선거의 경우 3년을 임기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된다면 2031년부터는 대통령, 민의원, 참의원(1/2) 선거를 동시에 진행하게 된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헌정회가 개헌안을 국회 및 정부에 건의하면 2025년 중에 국민 여론 수렴을 통해 헌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2026년도에는 헌법 개정 절차를 완료, 2027년 3월쯤에는 개정 헌법에 따른 대통령제 및 상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강조했다. 대구신문/이기동기자